I. 지난 칼럼에 이어서

 

지난 글 다시보기: https://futballcreatorunitedblog.tistory.com/80

 

지난 글에서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비대칭 전술이 수비 붕괴에 미친 영향을 알아보았다. 비대칭 전술로 역사적 성공을 거둔 두 팀이 수비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알아보며, 현재 아틀레티코는 어떤 점에서 문제가 있는지를 반성해볼 수 있었다. 내가 제시한 3가지 요소를 고려하며 알찬 이적시장을 보낸다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아이콘인 철옹성같은 수비는 다시 부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을 밝히며 글을 마쳤었다. 이번 글에서 그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논의해볼 것이다.

 


II. 비대칭 전술에서의 수비의 3요소에 입각한 현 아틀레티코 수비의 문제 및 해결 방향

 

II-1, 공격과 수비에 모두 기여하는 수비형 윙어, 일명 토르난테

 

현재의 아틀레티코에서는 야닉 카라스코가 좌측면에서 훌륭하게 수비형 윙어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드리블과 연계, 전진에 모두 능하며 특히 라리가에서 우승한 20-21 시즌에는 리그 최고의 크랙 중 하나로 인정받았다. 화려한 발기술을 장착한 역발 윙어로서 언제든지 중앙으로 파고들 수 있는 능력을 보유했고, 이는 기존의 수비형 윙어들과는 다른 특별한 장점이다. 토르난테의 현대적 재해석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 자리가 과연 카라스코에게 맞는 최적의 옷이냐 하면 꼭 그렇지는 않아 보인다. 보통 윙어를 플레이 스타일로 구분할 때 클래식 윙과 인버티드 윙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는데, 대부분의 수비적인 윙어들이 클래식 윙에 속하는 반면 카라스코는 인버티드 윙에 가까운 선수다. 현재 카라스코가 뛰는 자리는 아무리 윙이라고는 해도 윙백과 유사한 포지션인데, 높이 전진해서 안으로 파고드는 크랙 유형의 역발 인버티드 윙어는 어울려 보이지 않는다.

 

비야레알 전에서의 카라스코의 히트맵, 토르난테의 역할을 부여받았어도 카라스코는 중앙 침투를 더 선호한다. (출처: 마르카)


플레이 스타일만 보자면 카라스코는 원조 토르난테라 불렸던 자이르 다 코스타나 수비형 윙어 박지성보다는 첼시 시절의 에당 아자르나 바이에른 뮌헨의 프랑크 리베리처럼 중앙으로 돌파하는 윙어들에 더 가깝다. 그러나 시메오네가 4-4-2를 고집하던 시절, 카라스코는 측면 미드필더로서 많은 활동량과 수비 가담을 요구받았고 이렇게 쌓은 수비적 역량을 바탕으로 벨기에 국가대표팀에서 윙백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이러한 경험이 있었기에 현재의 비대칭 전술에서도 수비형 윙으로 성공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가 카라스코의 능력을 최대한 발현시켜주는 자리라기엔 다소 의문이 따른다. 카라스코의 수비적 기용은 그를 가장 잘 활용하는 방법도 아닐뿐더러 팀 수비력에도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 카라스코는 공격수로 올리고, 그 자리를 수비에 더 능한 선수로 대체할 수 있다면 더 나은 경기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II-2. 중앙과 측면을 모두 커버하는 철벽 수비수

 

아틀레티코가 비대칭 전술로 성공을 거둔 20-21 시즌, 스테판 사비치라는 훌륭한 수비수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시즌 들어 사비치가 그 시절만큼의 폼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데 이것은 어찌할 방도가 없다. 선수 영입으로 보강해야 한다. 오른쪽 스토퍼는 이번 시즌이 끝나고 새 시즌을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보강해야 할 포지션이다. 수비가 뛰어나며, 중앙과 측면을 넓게 막을 수 있는 선수를 찾아 영입해야 한다.

남은 시즌을 버티기 위해 그나마 남아있는 자원 중에서 해결 방법을 고민해본다면 백업으로 브르살리코를 기용할 수 있을 것인데, 어디까지나 뎁스를 늘려보기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콘도그비아를 센터백 중앙으로 내려쓰고 히메네스를 우측으로 보내는 것도 좋은 전술적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부상자가 많아 뎁스가 더 얇아진 현재 상황에서 자주 꺼낼 수 있는 카드는 아니다. 게다가 히메네스는 부상으로 인한 결장이 잦은 선수라는 점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19-20 시즌부터 현재까지 히메네스의 부상 이력 (출처: Transfermarkt)


결국 잔여 시즌 동안은 그때그때 출전 가능한 자원 중에서 최선의 수를 찾는 식으로 가야 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변수는 현재 영입이 매우 유력한 다니엘 바스다. 미드필더 또는 풀백으로 뛰는 바스를, 오직 트리피어를 대체하는 용도로만 사용할지, 오른쪽 스토퍼 자리에도 기용해보며 전체적인 수비진 뎁스를 늘리는 효과를 노릴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물론 여름 이적시장에서는 역시 영입이 반드시 필요한 자리다.

 

II-3. 위 두 선수를 윙백이 없는 쪽 측면에 배치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수비라인의 구조를 이야기해봐야 한다. 지난 칼럼에도 이야기했지만 수비의 모양은 비대칭일지라도 공수의 균형은 지켜야 한다. 즉, 공격 또는 수비의 무게가 좌우 측면 중 한쪽에 쏠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쪽 측면 수비가 비교적 약하다면 그 뒤를 받치는 중앙 수비가 견고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넓게 빈 공간으로 파고드는 상대의 포화를 버티기 힘들 것이다.

현재 아틀레티코의 상황을 보자. 3명의 센터백 중에서 왼쪽 센터백에는 팀의 빌드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선수인 에르모소를 세우고 오른쪽에 수비와 커버 능력의 선수를 세우는 방향이 잡혀있다. 이 방향은 앞으로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왼쪽 센터백에서 뛰는 에르모소는 팀 빌드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도 동시에 상대적으로 수비력이 약한 윙어인 카라스코의 수비 커버라는 또 다른 임무도 수행해야 한다. 에르모소는 빌드업에는 능통해도 수비적인 부분에서 특출난 선수는 아니다. 그렇잖아도 특정 선수에게 주어지는 임무가 많아지면 해당 선수가 과부하가 걸릴 확률이 높아지고 이는 결국 팀 밸런스를 해치게 되는데 수비적인 부분에서 강점이 없는 에르모소는 더 심하면 심했지 덜하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트리피어가 떠난 오른쪽은 수비는 몰라도 공격 전개 부분에서는 답답할 수 있다. 

 

3.2020-21 바르셀로나전에서의 마리오 에르모소의 오픈 플레이 패스맵 (출처: 트위터 @theonenil)


그렇다면 에르모소가 빌드업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하고 오른쪽 수비수의 장점인 수비 커버 능력을 더 돋보이게 하려면 양쪽 측면의 배치 변경을 고려해야 한다. 현재 왼쪽에 수비형 윙, 오른쪽에 윙백을 배치했는데 이것을 반대로 뒤집어서 왼쪽에 윙백, 오른쪽에 수비형 윙어를 배치하는 것이다.

 

상술했듯 왼쪽에 윙백을 배치하고 오른쪽에 토르난테를 배치하면 양쪽 측면의 균형을 맞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앞에서 언급했던 카라스코 딜레마 또한 해결할 수 있다. 카라스코보다 수비적인 선수에게 왼쪽 수비를 맡겨서 에르모소가 빌드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오른쪽 수비는 수비형 윙어와 오른쪽 센터백으로 커버함으로써 수비 진형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또한 카라스코는 더 공격적인 포지션에서 제약을 덜어서 활용해볼 수 있다.

 


III. 해결책

 

3가지 요소 각각에 맞추어 생각해본 해결책들을 정리해보자. 양쪽 측면 수비의 배치를 뒤집어서 왼쪽에 윙백, 오른쪽에 수비형 윙을 배치한다. 왼쪽 윙백 자리에는 임대에서 복귀할 마누 산체스를 기용하거나 새로운 선수를 영입하여 기용한다. 오른쪽 수비형 윙에는 마르코스 요렌테라는 최적의 선수가 있으므로 그를 기용하면 되고, 만약 겨울 이적시장에 다니엘 바스가 영입된다면 백업 문제도 해결된다. 사실 지금 당장은 바스 영입설이 가장 가능성 높게 점쳐지고 있지만, 팀의 영입설을 둘러보면 재키 첼릭도 적합한 영입이라고 보인다. 전진성이 강한 윙백이므로 수비형 윙으로 배치해도 좋은 활약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름 이적 시장에서는 첼시의 아스필리쿠에타를 노리는 대안도 있는데, 아스필리쿠에타는 오히려 우측면을 넓게 커버해야 하는 오른쪽 센터백에 알맞은 영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많은 나이가 걸리지만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첼시의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끈 수준 높은 선수인만큼 여름에 꼭 영입을 시도해보았으면 좋겠다.

 

아틀레티코의 유스 출신 레프트백 마누 산체스


그리고 왼쪽 측면이 문제가 되는데, 이 자리에 윙백을 세운다면 현재 가용 자원은 헤낭 로지뿐이다. 그러나 로지는 첫 시즌만큼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쓰리백에서는 더욱 부진하는 선수다. 그래서 이번 시즌이 끝나고 임대에서 복귀할 마누 산체스에게 거는 기대가 더욱 높아진다. 그럼 여기서 또 하나의 고민이 생긴다. 마누 한 명만으로 비대칭 쓰리백 전술을 풀시즌으로 돌릴 수는 없다. 윙백을 소화 가능한 선수가 두 명이어야 한다. 이 논리대로라면 로지를 방출하고 윙백을 한 명 더 영입하는 게 맞다. 그러나 최근 시메오네가 다시 4-4-2 포메이션을 조금씩 가동하고 있는 흐름을 고려해본다면, 로지의 부활이 새로운 영입보다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 로지를 기용한 포백 전술을 비대칭 쓰리백 전술과 번갈아가며 사용할 수 있다면 팀의 전술적 다양성을 더욱 극대화할 수 있다. 따라서 다음 시즌에 대대적인 변화를 주기 전에는, 이번 시즌의 남은 기간 동안 여러 가지 전술과 선수 조합을 실험해보며 전술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선수들의 폼을 점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수비진의 보강 방향을 대강 제시했으니, 이제는 이것이 공격과 중원에 미칠 영향도 이야기해야 한다. 카라스코와 요렌테의 역할 변경이 가장 클 것이다. 카라스코의 경우, 과감하게 전방으로 올려서 기용하며 강점을 극대화해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요렌테의 경우 현재까지 멀티 플레이어로서 다양한 포지션에서 뛰었지만 사울처럼 지나친 혹사로 인한 기량 하락의 우려가 존재한다. 트리피어가 떠난 지금, 전술 변화를 통해 오른쪽에 수비형 윙어 자리를 마련해준다면 요렌테에게 확실한 위치를 고정해줄 수 있다. 저돌적이고 수비력도 뛰어난 정발 윙어 요렌테가 토르난테 역할에 더 알맞기도 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재 아틀레티코에는 2선 자원이 많지만 주로 중앙 또는 좌측면에 편향되어 있고, 그나마 있는 우측 공격 자원인 앙헬 코레아도 측면보다는 최전방에서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기존 비대칭 전술에서는, 수비형 윙이 왼쪽에 배치되고 오른쪽에는 윙백을 배치한 구조 탓에 오른쪽에도 측면 공격수를 배치할 필요가 있었고 코레아가 우측으로 가는 일이 잦았다. 그러나 측면의 대칭을 뒤집는다면, 오른쪽 수비형 윙 요렌테가 수직적으로 많은 기여를 하므로 기존의 오른쪽 공격수를 왼쪽으로 옮기면 된다. 이러면 자연스럽게 왼쪽 위주의 2선 활용에 여유가 생기고 공격 조합의 다양한 선택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우측면이 익숙한 마르코스 요렌테의 히트맵 (출처: totalfootballanalysis)


그러나 다양한 공격 조합 선택지가 꼭 긍정적인 효과만 주는 것은 아니다. 지나친 경쟁은 오히려 선수의 출전 기회를 줄이는 독이 될 수 있다. 특히 카라스코와 펠릭스의 경쟁이 과열될 수 있는데, 이 두 선수를 동시에 선발로 기용하는 것은 위치상으로 겹치는 부분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 중 한 선수는 다른 포지션에서도 팀의 핵심 선수 급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고, 만약 그러지 못한다면 팀과 선수의 미래를 위해 이별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현재 팀 사정상 그 과제는 펠릭스에게 주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제는 자신의 재능만 믿으면 안 되고, 팀에 더 중요한 옵션이 되기 위해 지금보다 명확한 위치와 스타일을 잡아야 한다. 즉 팀이 활용하기 쉽게 성장해서  '펠릭스 효과'가 단번에 드러나는 팀의 에이스로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6. 더 분발할 필요가 있는 주앙 펠릭스

 


IV. 시각화 및 기대 효과

 

이것을 간단하게 이미지로 시각화해보겠다. 현재 있는 자원들, 그리고 현재 이적설이 있는 선수들로만 라인업을 짜고, 추가 영입이 필요한 부분은 따로 표시해두었다. 이게 최소한의 요구 사항이고, 팀이 가진 예산 안에서 얼마든지 더 보강할 수 있다.

Plan A


먼저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와 세 명의 공격수를 두는 방법이다. 중앙에서 그리즈만이 공격을 이끌고 좌측면에서 카라스코가 크랙으로서 상대 수비를 직접 뚫는다. 펠릭스는 두 역할을 모두 수행할 수 있으나 각 역할에서 저 두 선수보다 낫다고 보기는 어렵다. 공격의 나머지 한 자리는 코레아와 쿠냐를 기용하여 최전방과 측면을 자유자재로 공략하는 방법도 있지만 여름 이적시장에 새 스트라이커를 영입한다면 그를 정통 9번으로 세울 수도 있다.

미드필더의 경우, 코케의 짝으로 르마를 쓰는 것은 밸런스에 문제가 생기므로 지양해야 한다. 데 파울을 쓴다면 밸런스 면에서 조금 나아질 수는 있지만, 여전히 수비적으로 불안하다. 따라서 코케의 짝으로는 활동량이 많고 수비적인 선수가 필요하다. 콘도그비아가 그 해답이 될 수 있고, 그 이상의 기량을 원한다면 영입이 필요할 것이다.

8.Plan B


이번에는 세 명의 중앙 미드필더와 두 명의 공격수를 두는 방법이다. 중원의 숫자가 늘어났기 때문에 르마를 기용할 여유가 생겼고, 이 경우 코케에게는 보다 레지스타에 가까운 롤이 주어질 것이다. 나머지 한 자리는 공격적으로 나설 경우 데 파울을 쓰면 되고, 수비적으로 나설 경우에는 선택지가 있다. 콘도그비아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쓰고 코케와 르마를 그 앞에 세울 수도 있고, 활동량이 많은 박스 투 박스 유형의 미드필더를 새로 영입한다면 그 선수를 코케 앞에 르마와 함께 세울 수 있다.

공격 조합은 투톱 형식이 될 것인데, 최전방 공격수와 처진 공격수 조합으로 구성하여 중원과 공격 사이의 간극을 줄여야 한다. 다양한 조합이 가능한 만큼 감독의 재량이 중요할 것이고, 상대에 따라 달라지는 세부 전술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상황이 다소 안타깝기에 이렇게 구체적인 플랜까지 제시해보았다. 현재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힌 영입 대상도 있지만, 영입 필요성만 있을 뿐 아직 오리무중인 포지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적시장에서 반드시 좋은 선수들을 영입하여 스쿼드를 더욱 보강해야 하며, 전술 또한 내가 바란 그림에 가깝게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이 구상의 목적은, 단순히 수비의 강화에 그치지 않고 공격까지 활로를 뚫는 것이다. 현재 비슷한 스타일의 선수가 많이 쌓여있지만 그들을 기용할 위치는 한정된 상황이다. 그들에게 포지션적인 제한을 풀어주어, 유동적인 움직임을 가져가며 연계를 극대화하여 상대 수비를 더욱 강하게 몰아붙이도록 해야 한다.

 

앙투안 그리즈만의 패스맵이다. 결국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공격의 사령관은 그리즈만이다. (출처: atleticomadridanalysis)

 

다행스럽게도 지금의 아틀레티코에는 공격을 지휘하는 총사령관 그리즈만이 있다. 그리즈만을 중심으로 상대 수비를 자유자재로 공략할 수 있는, 그런 공격진을 구축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다. 현재 스쿼드에는 개개인의 능력이 뛰어난 공격수들이 많다. 그들을 전술적으로 잘 활용한다면, 아틀레티코 역사상 최강의 공격진이었던 『델란테라 데 세다』를 잇는 강력한 공격을 구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감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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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경원

 

I. 배경

 

현재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위상을 만든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의 부임 이후 근 몇 년 동안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흥망성쇠는 그의 철학이 확실이 묻어나는 전술과 함께했다. 4-4-2 포메이션과 두줄 수비라는 컬러는 아틀레티코를 2010년대 중반 유럽 축구계의 신흥 강자로 도약하게 만들어주었지만, 이내 아틀레티코를 옥죄는 틀이 되어 그 이상의 발전을 막았다. 두 번의 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이후, 아틀레티코는 유럽 대권을 노리는 '컨텐더'의 위치를 굳혀야 했다. 그러나 현실은 '정체'와 '쇠퇴'였다. 리그에서는 준우승과 3위를 오갔고, 챔스에서는 16강 또는 8강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고 심지어는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수모마저 경험했다. 19-20 시즌 리버풀과의 16강 매치에서는 그야말로 질식수비와 역습의 정수를 제대로 보여주며 이변을 연출했으나 냉정히 말하자면 그것이 전부였고 그것이 한계였다. 리버풀전 이후, 유럽을 흔들던 아틀레티코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게 수렁에 빠진 아틀레티코가 20-21 시즌 라리가 순위표 정상으로 치고 올라간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호성적도 놀라웠지만 그 이면의 변화가 진정 놀라웠다. 틀을 부수고 나와 현시대에 찾아보기 힘든 유니크한 전술을 선택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2020-21 시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라리가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비대칭 변형 쓰리백 시스템으로의 변화였다. 비록 후반기에 흐름이 끊기며 처졌지만, 전반기에 쌓아놓은 승점 덕분에 라리가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2020-21 시즌 우승을 차지한 디펜딩 챔피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출처: 유로스포츠)

 

그러나 이런 현상은 다르게 말하면 전반기는 매우 놀라운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후반기에는 다시 '정체'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다음 시즌인 현재는 '쇠퇴'를 겪고 있다. 이는 곧 아틀레티코가 새로운 틀에 갇혔음을 의미하며, 그 틀의 성능도 의심해봐야 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 글에서는 아틀레티코의 새로운 틀로 자리 잡은 비대칭 전술이 야기한 문제점, 그중에서도 수비 붕괴에 미친 영향을 집중적으로 다뤄보려 한다.

 


II. 아틀레티코의 비대칭 전술

 

먼저 20-21 시즌 아틀레티코의 성공을 불러온 주전 라인업을 보겠다. 비대칭 변형 쓰리백이 눈에 띌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비대칭'에 주목을 해야 한다. 왼쪽과 오른쪽이 무엇이 다를까. 좌우 간 비대칭이 야기하는 이점과 문제점은 무엇일까.

 

2020-21 시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라인업


일반적으로 쓰리백은 3명의 중앙 수비수와 2명의 측면 수비수를 둔다. 그러나 위의 비대칭 포메이션에서는 수비수가 총 4명 (중앙 3명 측면 1명) 뿐이다. 이는 좌측면의 야닉 카라스코를 토르난테, 즉 수비형 윙어로 배치하여, 공격과 수비 모두에 가담하도록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카라스코는 일반적인 쓰리백에서의 좌측 윙백보다 더욱 오버래핑을 한다. 반대쪽 윙백인 트리피어도 수비보다는 공격, 활발한 오버래핑에 강점이 있는 선수인데 카라스코는 이보다 더 올라가서, 공격 시 아예 윙어의 역할을 수행한다.

전술 변화가 20-21 시즌 아틀레티코의 흐름을 단번에 바꿔준 최고의 수가 될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는 여기에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야말로 선발 11명의 배치에 구멍이 없었다. 큰 기대를 걸었던 브라질리언 레프트백인 헤낭 로지가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이고 그를 대체할 선수가 없는 상황에서, 시메오네 감독은 과감하게 야닉 카라스코와 마리오 에르모소를 기용했다. 카라스코는 측면 공격의 알파이자 오메가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화려한 드리블로 상대 수비를 깨부쉈고, 수비 가담도 열심히 했다. 무엇보다도 중원의 토마 르마, 공격의 주앙 펠릭스와의 삼각 연계는 지공 상황에서도 훌륭한 무기가 되었다.

 

왼쪽에서 볼 진행에 대한 카라스코의 중요성 (출처: totalfootballanalysis.com)


에르모소는 레프트백을 소화할 수 있지만 본 포지션은 센터백이었고, 왼발을 이용한 빌드업이 장점인 선수였다. 포백에서 센터백 한 자리를 차지하기에는 수비에 다소 불안함이 있었고, 레프트백으로 쓰기에는 기동성이 부족했기 때문에 시즌 시작 전까지만 해도 계륵과 같은 존재였는데, 아틀레티코는 쓰리백으로 그것을 해결했다.

쓰리백에서 양쪽 센터백을 흔히 '스토퍼'라고 표현하는데, 스토퍼 중 한 명을 빌드업에 특화시키고 나머지 두 명의 중앙 수비수들에게 수비 부담을 더 주는 활용법은 이미 익히 알려져 있다. 에르모소도 마찬가지로 왼발 빌드업에 특화된 옵션으로 기용되었다.

 

에르모소가 공격진에게 보내는 롱 패스 (출처: intothecalderon.com)


이렇게 팀의 구멍이 메워지고 상당한 이점만 얻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강점이 있으면 약점도 있기 마련이고 아틀레티코의 변형 쓰리백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약점이 가려졌다가 뒤늦게 드러나고 있을 뿐이다.

당장 위의 문단들만 읽어보아도 문제점 하나가 보인다. 빌드업의 시발점인 에르모소, 전방에서 공격을 주도하는 카라스코-르마-펠릭스의 삼각편대. 모두 좌측에 편향되어있지 않은가? 공격이 단조로워지지 않겠는가? 충분히 문제 삼을 수 있는 불안한 부분이다. 그러나 이 문제점은 매우 훌륭하게 가려졌다. 우측면의 트리피어-요렌테 콤비가 좌측면 삼각편대 못지않은 파괴력을 보여주어 공격 루트의 단순화를 막았다. 트리피어의 강력한 크로스, 요렌테의 침투와 슈팅은 순간적으로 헐거워진 상대의 페널티 박스 오른쪽 공간을 파고들 수 있었다. 이는 잠재적인 문제점을 성공적으로 보완한 좋은 예시이다. 우측면에서 날카로운 크로스를 활용한 공격 지원으로 공격 전개시 단조로움을 막아줄 수 있는 트리피어는 21-22 시즌 겨울 이적시장에서 팀을 떠났다.

 

트리피어의 히트맵 (출처: shieldsgazette)


그리고 어쩌면 가장 중요한 문제, 수비의 구멍이다. 카라스코가 아무리 열심히 뛰며 수비에 가담한다 하여도, 결국 그의 본 역할은 공격수다. 아무리 빨리 수비하러 뛰어 내려와도 뒤에 빈 공간이 크게 발생한다. 또한 개인의 수비 능력도 전문 측면 수비수에 비해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 즉 카라스코를 윙백으로 기용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수비에 불안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이는 어떻게 보완했나? 그리고 지금은 왜 보완에 실패했나?

비대칭 전술을 사용한 첫 시즌, 이러한 구조적인 수비 불안이 있었지만 히메네스와 사비치의 철벽같은 수비력이 수비의 붕괴를 막아줬다. 특히 히메네스가 부상으로 이탈했을 때도 사비치가 버텨주었던 것이 큰 힘이 되었다. 그러나 두 번째 시즌, 사비치마저 기량 저하가 눈에 띄기 시작했고 히메네스는 결장이 더욱 잦아졌고, 펠리페의 경기력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다섯 명의 수비 요원을 선발로 써야 하는데, 팀 내 수비수 중 수비에 강점이 있다고 할 수 있는 건 히메네스 단 한 명뿐인데 그마저도 부상과 징계로 인한 결장이 많다. 당연히 그 결과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선수들의 배치, 구조를 짠다는 것은 전술의 가장 기본적인 부분일 것이다. 철저한 분석을 통해 최적의 틀을 찾고 그 틀을 바탕으로 여러 플랜을 짜면서 선발 명단 열 한명이 이루는 진형을 완벽하게 다듬어가는 것이다. 약점을 최대한 가리고, 강점을 최대한 뽐내야 한다. 한정된 선수단으로 극한의 효율을 뽑아내는 것이 전술의 존재 의의, 감독의 임무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아틀레티코의 수비 붕괴는 단순히 선수들 폼의 문제가 아니다. 전술적, 구조적인 문제가 분명하게 존재한다. 수비 진형부터 불완전한데, 이를 보완하기는커녕 오히려 같은 형태만을 고집하며 점점 파훼되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의 수비 진형에는 대체 어떤 문제가 남아있는 걸까. 어떤 해결 방안이 있는 걸까.

사실 비대칭 변형 쓰리백을 사용했던 이전의 강팀들은 수비에 구멍이 뚫릴 수 있는 잠재적인 위기를 성공적으로 예방했다. 어떻게 해냈을까? 의외로 단순하다. 그저 양쪽 사이드의 균형을 맞췄을 뿐이다. 이것은 단순한 선례에 그치지 않고 하나의 법칙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교과서적인 방법이다. 어떻게 양쪽의 균형을 맞추었는지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III. 비대칭 전술로 성공을 거둔 역사적 강팀들

 

III-I. 엘레니오 에레라의 카테나치오

 

현대적인 변형 쓰리백의 원조 중 하나가 바로 그 유명한 카테나치오다. 원래 카테나치오는 중앙 수비수들 뒤에 리베로를 두어 수비 숫자를 늘린 이탈리아식 수비 축구를 아우르는 용어지만, 명장 엘레니오 에레라가 유럽을 제패했던 인테르 감독 시절 사용했던 그만의 독특한 전술을 지칭하기도 한다.

 

카테나치오로 유럽을 제패한 인터 밀란의 라인업


과르네리와 부르니치 뒤에 아르만도 피키를 리베로로 배치하여 수비를 강화했는데, 흥미롭게 보아야 할 부분은 바로 양쪽 측면이다. 좌측면의 지아친토 파케티는 유럽 축구사에서 처음으로 오버래핑을 구사한 측면 수비수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측면 수비수에게 공격 임무까지 부여한 것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우측면에는 수비수가 없다는 것이다. 브라질 출신의 윙어 자이르가 수비에 많이 가담했지만 어디까지나 수비형 윙으로서의 수비 가담이었다.

아니, 수비 축구에 한쪽 수비수가 없다고? 선뜻 보면 이런 착각을 하게 될 수 있다. 우리는 중앙 수비의 오른편에 위치한 타르치시오 부르니치를 주목해야 한다. 센터백처럼 보이지만 사실 라이트백에 가까운 포지션이다. 부르니치는 뛰어난 피지컬을 기반으로 수비 시 중앙과 측면을 넓게 커버할 수 있었다. 반대편 수비수인 파케티가 활발히 공격에 가담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현대적 개념으로 보자면, 수비형 풀백과 스토퍼를 혼합한 듯한 특이한 롤일 것이다. 이 덕분에 우측면에 현대적인 측면 수비수가 존재하지 않아도 자이르와 부르니치로 커버할 수 있었다.

 

이렇게 인테르는 수비에 많은 인원을 몰아넣지 않아도 중앙과 측면을 모두 강하게 틀어막을 수 있었고, 수적 우위가 중시되는 축구사의 흐름으로 볼 때 높은 효율을 얻을 수 있었다.

 

III-II. 지오반니 트라파토니의 조나 미스타

 

1980년대 이탈리아를 지배한 유벤투스에게는 지오반니 트라파토니라는 명장이 있었다. 트라파토니는 쓰리백과 포백을 혼합한 『조나 미스타』라는 비대칭 전술을 사용했는데, 이 전술은 각 포지션이 유동적으로 움직이는 비대칭 전술의 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벤투스를 이탈리아 최강자로 만든 조나 미스타


당대 이탈리아 최고의 리베로였던 가에타노 시레아가 최후방을 책임졌고 브리오와 젠틸레가 그 앞을 지켰다. 안토니오 카브리니는 공수 모두에 능했던 현대적인 완성형 윙백이었다. 이 수비라인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누가 뭐라 해도 우측면의 클라우디오 젠틸레다. 거칠고 숨 막히는 수비를 자랑하는 당대 최고의 도살자 중 한 명이었던 젠틸레는 과거 인터 밀란의 부르니치와 유사하게 중앙과 측면을 모두 커버하는 수비수였으며, 더 나아가 공격 시 앞쪽의 빈 공간으로 전진하는 활동량까지 보여주었다.

젠틸레의 수비력과 활동량은 빈 공간을 채우며 체계적으로 움직이는 팀 전술과 매우 찰떡이었다. 그래서 왼쪽의 카브리니와 같은 선수가 오른쪽에 없어도 팀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연속적인 포지션 이동이 중요했던 조나 미스타 전술에서 젠틸레의 존재는 필수나 다름없었다.

 


IV. 역사에서 배울 교훈

 

20세기를 대표하는 비대칭 전술, 카테나치오와 조나 미스타에서 약점을 보완한 몇 가지 포인트를 알아보았다. 이를 요약하자면, 크게 세 가지이다. 

1. 공격과 수비에 모두 기여하는 수비형 윙어, 일명 토르난테의 존재

2. 중앙과 측면을 모두 커버하는 우수한 수비력을 가진 수비수

3. 위 두 선수를 윙백이 없는 쪽 측면에 배치

현재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이 포인트들을 적용해보자.

비대칭 전술로 성공을 거두었던 지난 시즌, 1번과 2번은 갖추었지만 3번이 지켜지지 않았다. 그래서 후반기부터 경기력 저하가 시작되었고, 이번 시즌에는 2번마저 상실하며 수비에 큰 붕괴가 일어났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럼 위의 1, 2, 3 요소를 모두 갖추면 적어도 구조적인 수비 구멍은 메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선수 영입으로 1, 2 요소를 손에 넣고, 전술적인 변화로 3번 요소를 보완해야 한다. 현재 수비형 윙인 카라스코의 뒤를 커버하는 건 수비력에 강점이 있는 수비수가 아닌, 빌드업에 강점이 있는 에르모소이다. 이 부분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같이 쓰기에는 수비적인 부담이 큰 카라스코와 에르모소 (출처: AS)


물론 구조에 조금의 변화를 준다고 해서 당장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선수 개개인의 기량 저하와 부상은 어찌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의 이적시장에서 수비수 영입을 할 때, 이 삼박자에 초점을 맞추어 선수를 데려온다면 아틀레티코의 철벽 수비는 다시 부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현재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수비가 저 세 가지 요소에 어떻게 어긋나는지,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는 다음 칼럼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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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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